충혼당에서 - 충혼당에서 맨 처음에는 뽑기 운이 지지리도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모실 수 있는 자리가 그리도 많건만 하필이면 고개들어 바라봐야 하는 제일 꼭대기일까 싶었지요. 그런데 오늘에서야 차라리 잘됐다 싶습니다. 만약 선친을 중간이나 아래 쪽 어딘가에 모셨더라면 유리창 너머 사진을 볼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겠지요. 못난 얼굴을 바짝 쳐들어 위쪽을 바라보게 되니 눈물은 나왔던 곳으로 도로 헤집고 들어가 빈 가슴 한 구석에 꾸역꾸역 쌓이고 누군가에게라도 청승맞은 꼴을 들킬 일이 없어서 좋았네요. 아버지, 오늘도 잠깐만 들렀다 가요. 그런데 조만간 또 올 거예요. 그렇다고 기다리지는 마세요. 철 들 일 없는 아들은 사는 게 바쁘단 핑계 대기를 서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왔다 가니 아들 노릇 한 것..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6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