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이사를 가게 됐다. 햇수로 5년째 살고 있는 지금의 반지하 월셋방을 벗어나 햇볕이라도 잘 드는 2층 월셋방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 이사하려다 보니 이것저것 버리고 살 것이 많았다. 곰팡이 핀 책장과 책꽂이, 열리지 않는 5단 서랍장, 짝이 맞지 않는 장롱도 버리고 친구한테 얻은 작동이 오락가락하는 오래된 냉장고도 버린다. 그런데 갑자기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사한다는 얘기를 아내랑 제수씨가 나눴던 모양이다. "형아, 이사한다면서? 내가 형수한테 줄 선물이 있는데." "뭐 얘기하는 지 안다. 냉장고?" "그래, 냉장고. 그거 하나 드릴라한다." 사실 우리가 미국가기 전에 가전제품을 두 어 개를 동생네가 가져갔었다. 걔네가 없어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우리 것들이 신상이고 좀 더 깨끗했기 때문이다. 우.. 더보기 이전 1 2 3 4 5 ··· 60 다음